1. 기브온 거민의 우호조약(수9장)
가. 기브온 거민에게 속아 평화조약을 맺음(1-15)
"요단 서편 산지와 평지와 레바논 앞 대 해변에 있는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의 모든 왕이 이 일을 듣고(1), 모여서 일심으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로 더불어 싸우려하더라(2). 기브온 거민들이 여호수아의 여리고와 아이에 행한 일을 듣고(3), 꾀를 내어 사신의 모양을 꾸미되 해어진 전대와 헤어지고 찢어져서 기운 가죽 부대를 나귀에 싣고(4), 그 발에는 낡아 기운 신을 신고 낡은 옷을 입고 다 마르고 곰팡이 난 떡을 예비하고(5), 그들이 길갈 진으로 와서 여호수아에게 이르러 그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르되 우리는 원방에서 왔나이다. 이제 우리와 약조하사니다(6)."
이스라엘이 아이 성을 점령했다는 소식은 곧 가나안에 있는 모든 왕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나안의 왕들은 이 소식을 듣고 힘을 합해서 이스라엘 군사들과 싸우려고 준비하였다. 요단 서편 산지와 평지와 레바논 앞 대 해변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된 가나안 땅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었다. 여기서 '산지'(hills)는 에브라임과 유다의 산지(10:40; 11:16)를 포함하는 가나안에 있는 산지(민 13:17;신 1:7)를 말하고, '평지'(Valleys, lowlands)는 산지와 해변가 사이에 있는 낮은 지대(욥바에서 가사에 이르는 대평원지대)를 말하고, '레바논 앞 대 해변'은 욥바로부터 두로에 이르는 지중해 해변을 말한다(Keil, Lias).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히위 족속과 여부스 사람은 여호수아 당시에 가나안에 살았던 여섯 족속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여기에 '기르가스 족속'을 덧붙여서 가나안 후기 일곱 족속이라고 불렀다. 가나안의 왕들은 여리고 성, 아이 성의 진멸 소식을 듣고 나서 즉시 이스라엘에 대항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가나안 족속들은 동맹을 맺어 남부 연합군을 조직했다. 가나안 거민 모두가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음으로 성읍 단위로 싸우던 전쟁은 이제 커다란 지역 연합군과의 싸움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기브온 거민들은 여리고 성과 아이 성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이스라엘과 싸우는 대신 그들을 속여서 평화조약을 맺으려고 하였다. 기브온 족속은 히위 족속에 속했는데, 히위 족속은 가나안 땅 도처에 집단적으로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 여호수아 당시에 이들은 기브온을 중심으로 그비라, 브에롯, 기럇여아림 등지에 주로 거주하고 있었다(9:17). '기브온'(Gibeon)은 주변에 여러 소성(小城)들을 거느린 왕도(王都)였다. 이 성읍은 예루살렘 북서쪽으로 약 10km지점에 위치한 해발 722m에 있는 가나안 중부에서 매우 중요한 성읍이다. 후일에 이 성읍은 베냐민 지파에게 분배되었고(18:25), 다시 레위 지파의 성읍으로 구별되었다(21:17). 기브온 거민들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기 위해서 치밀한 모략을 사용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의 모든 족속들을 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24절), 이스라엘과 화친(和親)을 맺는 것만이 그들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화친을 맺기 위해서 가나안 땅에 살지 않고 먼 나라에서 온 사신인 것처럼 거짓 위장을 했다. 한편 본문에서 '꾀를 내다'는 말('아람')은 원래 '벌거벗다', '매끄럽다'를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교활하다', '간계를 취하다', '술책을 부린다'는 나쁜 의미로 사용되었다.
기브온 거민들이 먼 나라에서부터 오랫동안 여행하여 찾아 온 사신처럼 보이기 위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위장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만 행위가 발각되면 죽임을 면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아이 성 정복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축복과 저주의 종교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 세겜으로 갔다가(8:30-35) 다시 길갈에 있는 진영으로 돌아왔다. 기브온 거민들은 이스라엘 군대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그 곳으로 나아갔다. 당시 길갈은 가나안 정복의 군사적 중심지였다. 기브온 거민의 사신들은 마치 멀리서 온 사신처럼 외모를 꾸미고(5절), 이스라엘 족장들에게 자신들이 멀리서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족장들에게 평화조약을 맺기를 요청했다. "약조한다"는 말('카라트 베리트')은 직역하면 '언약을 베다'하는 말이다. '언약'과 '베는 일'이 결합된 것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언약을 맺을 때 짐승을 잡아 고기를 베어 그 조각 사이를 지나가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삼상 22:8; 렘 34:18). 이러한 풍습은 만일 언약을 어기면 죽임 당한 짐승과 같이 죽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의미했다(창 15:10). 이러한 언약은 1) 쌍방이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 언약과 2)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입장에서 하는 언약으로 구분되었다. 동등한 입장에서 한언약은 다윗과 요나단(삼상 18:3, 4), 야곱과 라반의 형제들(창 31:54), 아브라함과 헤브론의 아모리 족속들(창 14:13)이 맺은 약속이다. 그리고 일방작인 언약을 맺은 사건은 본문에 기록된 히위 족속과 이스라엘 족속과 맺은 약속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강한 쪽이 역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준수할 조건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히위 사람에게 이르되 너희가 우리 중에 거하는 듯하니 우리가 어떻게 너희와 약조할 수 있으랴?(7)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우리는 당신의 종이니이다.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묻되 너희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뇨?(8)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되 종들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인하여 심히 먼 지방에서 왔사오니 이는 우리가 그의 명성과 그가 애굽에서 행하신 모든 일을 들으며(9), 또 그가 요단 동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곧 헤스본 왕 시혼과 아스다롯에 있는 바산 왕 옥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들었음이니이다(10). 그러므로 우리 장로들과 우리 나라의 모든 거민이 우리에게 일러 가로되 너희는 여행할 양식을 손에 가지고 가서 그들을 맞아서 그들에게 이르기를 우리는 당신들의 종이니 청컨대 이제 우리와 약조하사이다 하라 하였나이다(11)."
그러나 여호수아는 그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에 언약을 맺기를 주저했다. 여호수아는 모세 율법(출 23:32; 32:12; 민 33:55)이 가나안 족속과 언약을 맺는 일을 금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자 기브온 거민들은 자신을 낮추어서 스스로 자신들을 이스라엘의 종이라고 불렀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불러서 "그들이 누구며 어디에서 왔느냐?" 물었다. 기브온 거민들의 사신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고 막연히 먼 곳에서 왔다고 만 대답하여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행하신 사건(출애굽 시혼과 옥을 멸한 일)을 언급하였다. 그들이 관심을 종교적인 문제로 유도한 것은 신앙 공동체인 이스라엘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모략이었다. 그들은 오래 전에 출발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근에 있었던 여리고 성과 아이 성 점령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소식을 듣고 기브온의 장로들과 모든 거민이 자신들을 이스라엘에 보내어 평화조약을 맺도록 파송했다고 설명했다. 기브온 성읍과 그에 속한 세 성읍, 곧 그비라, 브에롯, 기럇여아림은 왕정(王政) 체제를 갖추지 않고 장로(長老) 체제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J. J. Lias). 아마도 이러한 체제 때문에 기브온 성은 다른 가나안의 성들과 달리 독자적으로 행동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이 떡은 우리가 당신들에게로 오려고 떠나던 날에 우리들의 집에서 오히려 뜨거운 것을 양식으로 취하였더니 보소서 이제 말랐고 곰팡이 났으며(12), 도 우리가 포도주를 담은 이 가죽부대도 새 것이더니 찢어지게 되었으며, 우리의 이 옷과 신도 여행이 심히 길므로 인하여 낡아졌나이다 한지라. 무리가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 어떻게 할 것을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14), 여호수아가 곧 그들과 화친하여 그들을 살릴 것이라는 언약을 맺고 회중 족장들이 그들에게 맹세하였더라(15)."
멀리서 온 사신들처럼 꾸민 기브온의 대표들은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기 위해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종의 신분으로 비하시키면서(8, 9절), 신앙적이고 겸손한 태도로 접근하였다. 세상 세력은 종종 우는 사자처럼 덤벼들지만, 때로는 이처럼 자신을 낮추고 탄원자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만 하면 언제든지 하나님의 왕국 편에 선 것처럼 자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Gerlach). 신앙적이고 복종적인 태도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호감을 얻게 만들었다. 기브온 사신들은 이제 자신들이 멀리서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한대로 남루한 옷차림을 비롯하여 곰팡이 난 양식과 찢어진 가죽 부대, 헤어진 신발 등을 일일이 증거물로 내보이면서 '먼 여행길'을 왓다는 것을 설득하였다. 그리하여 기브온 사신들은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는데 성공한다(15절). 아마도 그들은 1)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 이외의 나라들과는 화친을 잘 맺으며, 2) 그들의 신 여호와의 이름으로 맺은 화친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친을 맺기 위하여 그들이 벌인 각종 거짓 행각은 결코 정당시 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진정으로 회개하는 자는 용서해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만일 기브온 거민들이 여호와를 신뢰하고 정직하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들은 기생 라합과 같이 구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생명 부지를 위해 여호와의 이름을 이용했으며 여러 가지 거짓말을 사용해서 이스라엘을 속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결국 이스라엘의 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호수아는 어떻게 할 것을 여호와께 묻지 않고 그들과 즉시 화친 조약을 맺고 말았다. 본서 저자가 특별히 이 말을 기입한 것은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뜻을 알아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화친 조약을 맺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이 조약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여호수아는 아이 성 전투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고 정탐꾼의 말만을 믿고서 전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7:2-5), 여기서 다시 한번 하나님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고 기브온 거민들의 말만 믿고서 화친 조약을 맺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뜻을 묻기 위해 대제사장 엘르아살을 통해 '우림과 둠밈'(출 28:30 주석 참조)의 판결법을 사용했어야 옳았다(민 27:21).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브온 거민들과 화친 조약을 맺은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1) 출애굽 이후 줄곧 적대 세력들만 상대해 오다가 이처럼 우호 세력이 나타나자 쉽게 호감이 갔을 수 있다. 2) 기브온 사신들의 복종적인 태도에 마음이 우쭐하여졌다. 3) 치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힘센 민족과 동맹을 맺으면 정복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기브온 거민의 위장이 드러나게 됨(16-21)
"그들과 언약을 맺은 후 3일이 지나서야 그들은 근린에 있어 자기들 중에 거주하는 자라 함을 들으니라(16). 이스라엘 자손이 진행하여 제 3일에 그들의 여러 성읍에 이르렀으니 그 성읍은 기브온과 그비라와 브에롯과 기럇여아림이라(17)."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브온 사신들의 신분을 알게 된 것은 그들과 언약을 맺은 지 3일이 지났을 때였다. 당시에 길갈에서 기브온이 있는 곳까지는 군대를 이끌고 3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17절). 3일 뒤에 기브온에 도착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그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찍이 히위 족속들은(기브온 거민은 히위 족속이었다) 야곱의 딸 디나를 욕보였다가 크게 보복 당한 적이 있었다. 야곱의 아들들은 자기 여동생 '디나'가 당한 수욕을 보복하기 위해서 디나와 결혼하려면 할례를 받으라고 요구한 뒤에 그들을 무참히 살륙했다(창 34:1-29). 그 사건이 있은지 500년 후에 이제는 이스라엘이 히위 족속에게 속임을 당했다. 이러한 사실을 건고로 해서 어떤 학자는 히위 족속인 기브온 거민이 살아남은 것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디나 사건에 대한 배상(賠償)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기브온은 예루살렘 서북쪽으로 9.6km 지점에 있는 해발 722m 정도의 성읍으로서(3절), 후에 베냐민 지파에게 분배되었다(18:25). 후에 솔로몬은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 번제를 드리고 지혜룰 구하여 응답받기도 했다(왕상 3:4; 대하 1:3 이하). 그비라는 히위 족속에 속한 성읍으로, 나중에 베냐민 지파의 영토가 되었다(18:26). 브에롯 역시 나중에 베냐민 지파의 땅이 되었다. 기럇여아림은 기브온 족속의 성읍 중에 하나로 '바알라' 또는 '기럇바알'이란 이름으로도 불리운다(15:9, 60). 후에 이 성읍은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 사이의 경계선에 위치하였다(15:9; 18:14, 15). 그리고 블레셋 사람들이 언약궤를 벧세메스로 돌려보낸 후에 다윗 왕이 그것을 예루살렘으로 가져갈 때까지(삼상 6:1-15; 대상 13:5-14; 15:2-28; 대하 1:4), 언약궤는 기럇여아림에 20년 동안이나 있었다(삼상 6:19-7:2). 미 이름의 뜻은 '수풀의 마을'이란 뜻이며,
"그러나 회중 족장들이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한고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들을 치지 못한지라. 그러므로 회중이 다 족장들을 원망하니(18), 모든 족장이 온 회중에게 이르되 우리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하였은즉 이제 그들을 견드리지 못하리라(19). 우리가 그들에게 맹세한 맹약을 인하여 진노가 우리에게 임할까 하노니 이렇게 행하여 그들을 살리리라 하고(20), 무리에게 이르되 그들을 살리라 하니 족장들이 그들에게 이른대로 그들이 온 회중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긷는 자가 되었더라(21)."
그들은 거짓에 속아서 조약을 맺었지만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이 화친 조약이 거짓에 속아 맺어진 것이므로, 이 거짓이 발견된 후에는 그 조약을 파기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계약은 이스라엘과 기브온 족속과의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된 계약이었기 때문에 파기될 수가 없었다. 만일 이스라엘이 이 약속을 파기한다면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이 멸시를 당하게되고, 여호와의 신실하심이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Calvin). 따라서 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은 족장들의 행동은 옳았다고 보아야 한다(Pulpit). 아더 핑크는 이러한 족장들의 처사를 '속았지만 명예로운 처신'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백성들은 지도자들의 세심하지 못한 처사에 대해서 매우 비난했다. '비난했다'는 말(룬)은 "계속적으로 불평했다"는 말이다. 기브온 사람들은 비록 거짓으로 조약을 맺긴 했지만, 그들은 이 조약으로 인해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짓말로 인해 자유를 박탈당하고 종이되고 말았다. 이들이 맡은 나무 패고 물긷는 일은 성막에서 제사 때에 필요한 나무를 예비하고, 제사장이 정결 의식을 할 수 있도록 물두멍에 물을 채우는 일이었다. 성막의 잡무는 레위인들이 담당했지만 이제부터 어렵고 힘든 일을 기브온 사람들이 하게되었다. 이러한 일은 이스라엘 백성 중 가장 비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하는 일로 취급되었다(신 29:11, Keil).
다. 기브온 거민이 이스라엘의 종이 됨(22-27)
"여호수아가 그들을 불러다가 일러 가로되 너희가 우리 가운데 거주하거늘 어찌하여 우리는 너희에게서 심히 멀다 하여 우리를 속였느냐?(22) 그러므로 너희가 저주를 받나니 너희가 영영히 종이 되어서 내 하나님의 집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긷는 자가 되리라(23).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종 모세에게 명하사 이 땅을 다 당신들에게 주고 이 땅 모든 거민을 당신들의 앞에서 멸하라 하신 것이 당신의 종에게 분명히 들리므로 당신들을 인하여 우리 생명을 잃을까 심히 두려워하여 이같이 하였나이다(24). 보소서 이제 우리가 당신의 손에 있으니 당신의 의향에 좋고 옳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소서 한지라(25). 여호수아가 곧 그대로 그들에게 행하여 그들을 이스라엘 자손의 손에서 건져서 죽이지 못하게 하니라(26). 그 날에 여호수아가 그들로 여호와의 택하신 곳에서 회중을 위하며 여호와의 단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긷는 자를 삼았더니 오늘까지 이르니라(27)."
여호수아는 기브온 거민의 지도자를 불러서 그들이 속인 일에 대해서 추궁하였다. 여호수아는 기브온 거민들이 이스라엘을 속여서 화친을 맺은 결과로 죽지는 않지만 그 대신 이스라엘의 종이 되어 하나님의 집을 위해 나무 패며 물긷는 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브온 거민들이 이스라엘 개인의 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집, 곧 성막에 소속된 종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여호수아의 저주가 저주를 위한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긍휼이요 축복이었음을 보여준다(Matthew Henry), 이러한 일은 야곱으로부터 흩어질 것이라고 저주를 받았던 레위 지파가 오히려 성전 일을 맡게되어 오히려 축복이 된 것과 같다(창 49:5-7). 기브온 거민들은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속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며, 여호수아가 한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 해명의 요점은 목숨을 부지하고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거짓말을 한 대가로 기꺼이 이스라엘의 종이 되겠다고 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가나안의 후손인 히위 족속(기브온 거민)이 이스라엘의 종이 된 것은 노아의 저주(창 9:25)가 성취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Keil, Matthew Henry). 여호수아는 거듭해서 그들을 해치지 말라고 강조하였다(19, 20절). 왜냐하면 기브온 거민에게 속아 화친을 맺은 것에 불만을 가진 일부 군인들이 과잉 열심으로 그들을 진멸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호수아가 기브온 거민을 성막의 종으로 삼은 것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나안 족속을 진멸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의 목적은 가나안 족속의 죄악(우상 숭배, 음란)이 이스라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여호수아는 기브온 거민들을 성막에서 봉사케 함으로써 그들의 타락한 습성이 변화될 수 있도록 고려했을 지도 모른다(Keil, Delitzsch).
* 적용 및 교훈 *
1. 기브온 거민의 긍정적인 면: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
기브온 거민들은 여리고와 아이 성 점령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신들도 점령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이스라엘의 점령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구원받을 길을 모색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 섭리를 따른 기브온 사람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라합이 이스라엘 정탐꾼을 영접하고 구원을 받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기브온 거민의 기사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 구원을 얻는 구원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2. 기브온 거민의 부정적인 면: 거짓에 대한 징계
그들은 비록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위장과 거짓을 사용했다. 만일 기브온 사람들이 라합과 같이 자신들의 입장을 정직하게 밝히고 이스라엘에게 화친을 요청했다면, 그들은 종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구원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위장과 거짓으로 이스라엘을 속였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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