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간의 불순종과 징계 (7:1-26)
1. 이스라엘의 패배(1-5)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친 물건을 인하여 범죄하였으니 이는 유다 지파 세리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이 바친 물건을 취하였음이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진노하시니라(1). 여호수아가 여리고에서 사람을 벧엘 동편 벧아웬 곁에 있는아이로 보내며 그들에게 일러 가로되 올라가서 그 땅을 정탐하라 하매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아이를 정탐하고(2), 여호수아에게로 돌아와서 이르되 백성을 다 올라가게 말고 이삼천 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마소서 하므로(3), 백성 중 삼천쯤 그리로 올라갔다가 아이 사람 앞에서 도망하니(4), 아이 사람이 그들의 36인쯤 죽이고 성문 앞에서부터 스바림까지 쫓아와서 내려가는 비탈에서 쳤으므로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5)."
하나님께서는 가나안의 첫 번째 성인 여리고는 가나안에서 온전히 바쳐진 첫 열매였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 성에 속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라고 지시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드려진 물건에 손을 댐으로써 하나님 앞에 죄를 짓게 되었다. 그 물건에 손을 댄 사람은 유다 지파 세리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이었다. 그는 분명히 여리고 성의 모든 물건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고를 무시했다. 여기서 '범죄했다'는 말('마알')은 하나님을 거역하고 배반하는 범죄 행위를 의미하는 말이다. 비록 여호수아나 다른 이스라엘 백성이 그의 범죄 행위를 보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은 이를 똑똑히 보고 계셨다. 이간의 번죄로 인한 '여호와의 진노'는 아간 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무력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간의 범죄는 아이 성 정복에 실패를 가져오게 했고, 이스라엘 온 백성을 큰 비탄에 빠지게 하였다(4, 5절). 그 이유는 하나님 앞에서 이스라엘은 언약 공동체였기 때문에 아간 한 사람의 범죄는 곧 이스라엘 전체의 범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온 몸이 고통을 받는 것과도 같다(Keil).
그러나 여호수아는 이러한 일을 알지 못했다. 여호수아는 여리고에서 사람을 벧엘 동편 벧아웬 곁에 있는 아이로 보내어 그들에게 그 땅을 정탐하라고 지시했다. '하나님의 집"이란 뜻을 가진 벧엘은 예루살렘 북쪽 약 19km 지점에 위치한 성읍이었다. 이 곳은 팔레스타인의 남과 북의 경계를 이루었으며, 요단 건너편 서쪽에서 여리고를 지나 지중해로 가는 동과 서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벧아웬은 '사악한 집'이란 뜻을 지닌 곳으로서 '벧엘' 동쪽에 있는 성읍이다. '벧엘'에 우상이 세워지고 그 곳이 우상 숭배의 온상이 되자 이를 멸시하는 의미에서 이 이름이 붙여졌다(호 4:15; 5:8; 10:5). '돌무더기"라는 뜻을 가진 아이는 '벧엘' 동남쪽으로 약 3km 지점에 위치해 있는 도시였다. 여호수아는 아이 성 점령을 위해서 또 다시 정탐꾼을 파송했다.
그 사람들은 아이를 정탐하고 여호수아에게로 돌아와서 그 결과를 보고했다. 그들은 아이성이 적고 군사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사들을 다 올라가게 하지 말고 약 이삼천 명의 군사만 보내어 싸우게 해도 능히 이길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때의 아이 성의 주민은 약 12,000명이었다(8:25; Fay, Keil). 따라서 싸움에 출전할 수 있는 장정은 대략 3,500 - 4000명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탐꾼들은 아이 성이 여리고 성과는 달리 해발 800m 의 산지에 있다는 것과 인근 벧엘의 군사들과 합동 작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점(8:17)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들은 단순히 이스라엘 군사 2,000-3,000명으로도 그들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그들의 보고는 상대를 얕잡아 보고 이스라엘 군대의 힘을 과신한 교만의 결과였다(Matthew Henry, Calvin). 그들은 요단 동편 아모리 두 왕과 어리고 성에서 연승을 통해 지나치게 자만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승리가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때문이었음을 잊고 있었다. 본문에서 사용된 '치게 하소서'라는 말('나카')는 '때린다', '죽인다'는 뜻이며, 이 말은 한번의 치명적인 타격으로 어떤 대상을 치거나 죽일 때 사용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여호수아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아마도 여호수아도 자만에 빠져서 이 문제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그는 정탐꾼들의 말대로 아이 성을 치기 위해서 이스라엘 군사 중에서 3,0000명 정도를 파견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스라엘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이스라엘 군사들은 아이 성 군사들에게 패배하여 그들 앞에서 도망을 치고 말았으며, 약 36명의 군사가 이때에 전사하게 되었다. 아이 성 군사들은 성문 앞에서부터 스바림까지 쫓아와서 내려가는 비탈에서 쳤으며, 이로 인래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은 심히 낙심하고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아간의 범죄(1절)와 백성들의 자만심(3절)으로 인해 하나님은 이스라엘 군대와 함께 하지 않으셨다. 그 결과 이스라엘 군사들은 전사자만 남긴 채 비참하게 패주해야 했다. 이 일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쟁이 여호와께 속한 것'(삼상 17:47)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성 군사에게 죽임을 당한 36명의 군사는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기록된 유일한 사상자였다. '스바림'은 '깨뜨린다'는 뜻을 지닌 곳으로 아이 근처에 있는 산기슭의 채석장이었을 것이다. 아이(Ai) 성은 높은 산지(약 해발 800m)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비탈을 내려가면서 이스라엘 군사를 쳤다. 아이 성 전쟁 실패로 인해 이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녹게 되었다. 지금까지 승리만을 계속해 온 그들에게 이러한 비참한 패배는 큰 두려움과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두렵게 한 것은 36명의 죽음과 3000명의 패주가 아니라, 지금까지 도와주시던 하나님의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Calvin).
2. 여호수아의 기도(6-9)
"여호수아가 옷을 찢고 이스라엘 장로들과 함께 여호와의 궤 앞에서 땅에 엎드려 머리에 티끌을 무릅쓰고 저물도록 있다가(6), 여호수아가 가로되 슬프도소이다 주여호와여 어찌하여 이 백성을 인도하여 요단을 건너게 하시고, 우리를 아모리 사람의 손에 붙여 멸망시키려 하셨나이까? 우리가 요단 저 편을 족하게 여겨 거하였더면 좋을 뻔하였나이다(7). 주여 이스라엘이 그 대적 앞에서 돌아섰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8) 가나안 사람과 이 땅 모든 거민이 이를 듣고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 이름을 세상에서 끊으리니 주의 크신 이름을 위하여 어찌하려하시나이까?(9)"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패전 소식을 듣고 자기의 옷을 찢고 장로들과 함께 여호와의 궤 앞에 엎드렸다. 그리고 머리에 티끌을 뒤집어쓰고 날이 저물 때까지 그 곳에 있었다. 유대인의 의복은 흔히 통으로 짠것이어서 가슴 부분의 옷깃을 잡고 좌우로 당기면 찢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옷을 찢는 일은 극도의 고통이나 번뇌에 사로잡혔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창 37:34; 민 14:6; 삼하 1:11; Knobel). 여호수아가 이토록 고통스러워하고 큰 슬픔에 빠진 것은 전쟁의 승패를 떠나 하나님의 손길이 이스라엘을 떠났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승리를 약속해 주신 언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싫어하셔서 약속을 철회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Calvin).
여호수아는 날이 저문 후에 슬퍼하며 하나님께서 어찌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여 요단을 건너게 하시고, 그들을 아모리 사람의 손에 붙여 멸망시키려 하셨냐고 호소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차라리 그들이 요단 저 편을 만족하게 여기고 그 곳에 살았더면 좋을뻔 했다고 고백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이 그 대적 앞에서 패배함으로 하나님의 이름이 해를 입게 되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패배하게 하신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나안 사람과 이 땅 모든 거민이 이 소식을 들으면 연합하여 이스라엘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호소하였다. 여호수아는 일이 이렇게 되면 하나님의 크신 이름이 모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탄하였다. 이 말은 마치 광야에서 애굽의 고기 가마를 그리워하며 부르짖던 이스라엘 선조들의 탄식(출 14:11, 12; 민 14:2, 3)을 연상케 하는 기도이다. 그러나 여호수아의 호소는 하나님을 거역하기 위해 터뜨린 원망이 아니라, 기도로써 하나님과 영적 씨름을 하는 지도자의 고뇌와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Keil & Delitzsch. 아모리 족속은 가나안의 여러 족속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족속이었기 때문에 가나안 족속 전체를 대표하여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에게 패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여호수아는 자신들의 패배로 인해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이 해를 받게 될 것으로 인해 염려하고 있었다(Keil, Calvin). 여홋아는 그 동안 연승을 해오던 이스라엘 군대로 인하여 잔뜩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던 가나안 족속들이 이제 그들의 패배 소식을 접하게 되면 심기일전하여 상호 동맹을 맺고 세차게 공격해 올 것을 두려워하였다. 여호수아는 일이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복은 커녕 그들의 생명조차 보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였다. 이스라엘이 패배하고 전멸 당하게 되면 그 동안 승리를 통해 거룩하신 이름이 열방 중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3. 하나님의 응답(10-15)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일어나라. 어찌하여 이렇게 엎드렸느냐?(10) 이스라엘이 범죄하여 내가 그들에게 명한 나의 언약을 어기었나니 곧 그들이 바친 물건을 취하고 도적하고 사기하여 자기 기구 가운데 두었느니라(11). 그러므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자기 대적을 능히 당치 못하고 그 앞에서 돌아섰나니 이는 자기도 바친 것이 됨이라. 그 바친 것을 너희 중에서 멸하지 아니하면 내가 다시는 너희와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12). 너는 일어나서 백성을 성결케 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스스로 성결케 하여 내일을 기다리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아 너의 중에 그 바친 물건을 너의 중에서 제하기 전에는 너의 대적을 당치 못하리라(13). 아침에 너희는 너희 지파 대로 가까이 나아오라. 여호와께 뽑히는 지파는 그 족속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요, 여호와께 뽑히는 족속은 그 가족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요 여호와께 뽑히는 가족은 각 남자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며(14), 바친 물건을 가진 자로 뽑힌 자를 불사르되 그와 그 모든 소유를 그리하라. 이는 여호와의 언약을 어기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망령된 일을 행하였음이라 하셨다 하라(15)."
그때에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나타나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패하게 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일어나라는 말('쿰')은 '힘을 내라', '담대 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삿 4:14; 사 60:1).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 중에서 하나님께 바친 물건을 훔쳐서 자기 장막 안에 숨긴 자가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나님은 그 일로 인해서 이스라엘이 아이 성 군사들에게 패배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 바친 물건을 이스라엘이 취함으로 이스라엘 자신도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그 바친 물건과 사람을 하나님 앞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는 이스라엘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은 언약 공동체였기 때문에 개인의 죄는 곧 이스라엘 전체의 죄가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죄는 1) 하나님이 명한 언약을 어긴 것이었으며, 2) 하나님의 물건을 훔치고 사기 친 것이었다.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은 반드시 파멸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바쳐진 물건을 훔쳤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 또한 진노의 대상, 즉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일어나서 백성을 성결케 하고 내일을 기다리게 하라고 지시하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들이 바친 물건을 제하기 전에는 대적을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하게 하셨다. 이스라엘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었다(출 19:6). 따라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범죄자를 선택하실 때에 스스로 거룩할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이 명령은, 범죄자는 빨리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자복 하라는 명령이기도 했다(Calvin). 하나님은 범죄자가 회개하지 않을 경우에 그를 찾아낼 방법을 여호수아에게 가르쳐 주셨다. 하나님은 먼저 이스라엘의 12지파 중에서 한 지파(쉐베트; tribe)를 선택하실 것이다. 그리고 선택된 그 지파 중에서 다시 한 족속을 지정하실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선택된 족속 중에서 한 가족(바이트)을 선택하시고, 마지막으로 그 가족 중에서 죄를 범한 당사자를 찾아내실 것이다. 하나님은 범죄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각 지파, 족속, 가족이 성소 앞으로 나아오게 하셨다. 본문에서 "뽑는다'는 말('라카드')은 '잡다', '선택하다'란 뜻으로 (삼상 14:41-42)에는 이 말이 제비를 뽑아 사람을 선택할 때 사용되었다. 이스라엘은 목격자가 없어 범죄자가 누구인지 판명되지 않을 경우에 제비뽑기로 찾아내곤 하였다(욘 1:7; 잠 18:18).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비뽑기의 결과가 하나님의 뜻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신했다(잠 16:33). '제비'(고랄)란 말이 '작은 돌' 또는 '자갈'을 지칭하는 단어인 것을 보면 이 제비는 매끄러운 작은 돌처럼 생겼던 것 같다(Lange).
하나님은 이 과정을 통해서 바친 물건을 가진 자로 뽑힌 사람으로 선정된 사람은 화형을 시키되 그와 그 모든 소유를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를 이렇게 엄하게 처벌하신 것은 그가 하나님의 언약을 어기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하지 못할 일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범죄자는 산채로 불사르지 않고 먼저 돌로 쳐죽인 후에, 그 시체를 불로 태웠다(Fay). 시신을 매우 중히 여겼던 고대 사회에서 범죄자에 대한 이러한 화형은 극단적인 형벌로 간주되었다(Keil). 한편 바친 물건을 훔친 자에게 이처럼 중한 형벌이 가해진 것은 '바친 물건', 곧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이 되어 저주받아야 할 물건을 자신이 소유햇기 때문에 그도 역시 하나님께 드려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망령된 일(네발라)은 '멍청하다', '사악하다'는 뜻인 '나발'의 파생어이다. 이 말은 '매우 어리석고도 사악한 범죄 행위'를 의미한다. 하나님께 드려진 물건을 \훔치는 것은 언약 백성으로서의 영광과 명예 및 자부심을 짓밟는 어리석은 범죄 행위였다. 이 단어가 (창 34:7)에서는 '부끄러운 일'로 번역되었다.
4. 아간의 선택과 자백(16-21)
"이에 여호수아가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그 지파 대로 나오게 하였더니 유다 지파가 뽑혔고(16), 유다 족속을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세라 족속이 뽑혔고, 세라 족속의 각 남자를 가까이 나오게 하였더니 삽디가 뽑혔고(17), 삽디의 가족 각 남자를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유다 지파 세라의 증손이요 삽디의 손자요 갈미의 아들인 아간이 뽑혔더라(18).
다음 날 아침에 여호수아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 놓고 제비뽑기를 했다. 가장 먼저 선택된 지파는 유다 지파였다. 유다 지파는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서도 지도적 위치에 있었던 지파로, 그 수효도 많았으며(민 1:27) 세력도 강하여 항상 선봉에서 활약했다(민 2:9). 유대 전승에 의하면, 이때에 유다 지파의 모든 용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자기 지파의 명예를 더럽힌 사람을 찾아 처단할 때까지 칼을 칼집에 꽂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전해진다(Matthew Henry). 다음에 유다 지파 중에서 제비를 뽑은 결과 세라 족속이 선택되었다. 그리고 세라 족속 중에서는 삽디가 뽑혔으며 삽디의 가족 중에서는 아간이 선택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을 성결케 하도록 하루의 여유를 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지파->족속->가족->남자에 이르기까지 제비뽑기를 한 일을 생각하면 범죄자는 사전에 자발적인 회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아간은 끝까지 작 죄를 고백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찾아낼 것을 믿지 않았거나 범죄자로 드러날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해서 자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범죄자가 멸망당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긍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완악함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호수아가 아간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청하노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영광을 돌려 그 일에 자복하고 네가 행한 일을 내게 고하라. 그 일을 내게 숨기지 말라(19). 아간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참으로 아는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 범죄 하여 여차 여차히 행하였나이다(20). 내가 노략한 물건 중에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 백 세겔과 오십 세겔 중의 금덩이 하나를 보고 탐내어 취하였나이다. 보소서 이제 그 물건들을 내 장막 가운데 땅 속에 감추었는데 은은 그 밑에 있나이다(21)."
여호수아는 아간을 "내 아들"이라고 불렀다. 여호수아가 아간을 '내 아들"이라고 부른 것은 긍휼을 내포한 진실된 부성애로 부른 것이었다(Calvin, Keil). 여호수아는 아간에게 하나님께 돌릴 것과 그의 죄를 자백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실시된 제비뽑기에 의해 색출된 아간이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면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은 하나님의 전지하심을 깨닫고 하나님께 영광을 덜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간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경우 아간은 하나님을 무능한 분으로 몰아세우는 죄를 짓게 될 것이며,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비뽑기의 결과에 의혹을 품게 되어 하나님의 영광이 훼손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여호수아는 아간에게 지금이라도 하나님의 공의와 전지성에 순복할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자복한다는 말('야다')는 '고백한다'는 뜻으로, 죄의 시인이나 고백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다(시 32:5; Alexander).
아간은 더 이상 그의 죄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훔친 물건의 복록과 그 물건을 숨긴 장소를 자백하게 되었다. 아간의 이러한 죄의 자복은 죄에 대한 진정한 회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비가 뽑히자 공포심에서 어쩔 수 없이 죄를 시인한 것에 불과하다(Calvin). '시날'은 '두 강 사이에 있는 땅'이란 뜻인데, 두 강은 곧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말한다. 따라서 '시날' 땅은 니므롯 왕국과(창 10:10), 바벨탑을 건축했던(창 11:2) '바벨론' 지역을 말한다. '외투'(아데레트)는 갖가지 무늬가 아름답게 수놓아진 귀하고 예술적인 베벨론 산 외투를 말한다(Keil, Lias, Lange). 당시에 바벨론 산 외투는 왕족이나 방백들, 또는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던 매우 값진 교역 품목이었다. '세겔'은 히브리인들이 사용하던 무게 단위로 1세겔은 대략 11.4g 정도였다. 따라서 아간이 훔친 것은 은이 약 80온스(1온스는 약 28.5g)였으며 금이 약 20온스였다. 아간이 물건을 보고 죄를 짓게 된 것을 묘사할 때에 본문은 '보다'(라아), '탐내다'(하마드), '취하다'(라카)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들은 (창 3:6)에 나오는 '하와의 타락'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하와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보았을 때에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탐스럽기도' 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그 열매를 따먹었다. 이러한 사실은, 모든 죄는 먼저 보는 것에서 시작되어, 보이지 않는 탐심이 생기게 되고, 결국은 사망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준다(약 1:15; 요일 2:16).
5. 아간의 처벌(22-26)
"이에 여호수아가 사자를 보내매 그의 장막에 달려가 본즉 물건이 그의 장막 안에 감취었는데, 은은 그 밑에 있는지라(22). 그들이 그것을 장막 가운데서 취하여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모든 자손에게로 가져오매 그들이 그것을 여호와 앞에 놓으니라(23)."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세라의 아들 아간을 잡고 그 은과 외투와 금덩이와 그 아들들과 딸들과 소들과 나귀들과 양들과 장막과 무릇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고 아골 골짜기로 가서(24), 여호수아가 가로되 네가 어찌하여 우리를 괴롭게 하였느뇨?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를 괴롭게 하시리라 하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그것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25), 그 위에 돌무더기를 크게 쌓았더니 오늘날까지 있었더다. 여호와께서 극렬한 분노를 그치시니 그러므로 그곳 이름을 오늘날가지 아골 골짜기라 부르더라(26)."
여호수아는 그의 고백을 듣고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그의 장막으로 보냈다. 그들이 가서 아간의 장막을 확인해 본 결과 그 말대로 그 물건들이 숨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그 물건들을 가지고 여호수아에게 가져왔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하나님께 드리기 위해서 하나님 앞에 드렸다. 여호와 앞에 놓았다는 말은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는 '성막 앞에'(곡간에) 가져다 놓았다는 것을 말한다(Keil). 그러므로 이는 하나님 앞에 바쳐야 할 물건들이 이제 하나님께 다시 돌아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호수아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아간을 잡아 그가 취한 모든 물건과 그의 자녀, 가축, 집, 그리고 그에 속한 모든 것을 함께 아골 골짜기로 끌고 갔다. 아간의 범죄는 '그에게 속한 모든 것'(가축, 장막, 재산 등)과 '그의 자녀들'까지 함께 처형을 당하게 만들었다. 아간의 자녀들이 함께 처벌을 받은 것은 1) 그들이 아간의 죄를 알고도 묵인했기 때문일 것이다(Keil, Matthew Henry). 아간이 '바친 물건'을 장막 안에다 감추는 과정에서, 그 일을 알고도 묵인 내지는 방조한 일은 그들도 역시 범죄자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는 2) 아간의 범죄로 인해 그 가족들도 함께 하나님께 바쳐진 물건(헤렘)이 되었기 때문에 가족도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Calvin). 우상 숭배에 빠진 성읍(신 13:15-17)이나 가나안 족속들의 경우처럼, 아간 및 그 가족들도 가증한 죄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 '바친 것'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12절). 아골 골짜기는 여리고 근방에 있는 골짜기로 후일 유다와 베냐민 자파의 지경이되었다(15:7). '아골'은 '괴롭다', '슬프다'란 뜻의 동사 '아칼'에서 파생된 명사로, 곧 '괴로움', '슬픔', '고통'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따라서 '아골 골짜기'란 '괴로움의 골짜기' 또는 '고통의 골짜기'란 뜻으로, 이 이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간의 죄와 그에 해당하는 무서운 형벌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후세에 경고로 삼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러나 후일 선지자 시대에는 이 곳이 이스라엘의 '치유'와 '회복'을 상징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사 65:10; 호 2:15). 한편 아간의 처형 장소로 이처럼 이스라엘 진영 바깥을 택한 이유는 가증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피로 인해 이스라엘 진영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Calvin, Matthew Henry). 이러한 일은 이스라엘 언약 공동체를 부패시킨 암적 요인을 '멀리 그리고 단호히' 제거시켜 이스라엘 진영을 거룩히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여호수아는 아간을 처형하면서 그로 인해 이스라엘이 고통을 당했던 만큼 하나님께서 그를 고통스럽게 하실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호수아가 아간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아간이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를 타락시키고 어지럽히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보여주려고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향해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전쟁의 노획물에 마음을 쓰다가 아간처럼 탐욕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나머지 군사들에게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돌로 쳐죽이는 처형법'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가장 극악한 죄에 대해 시행하던 일종의 공개 처형 법으로서, 우상 숭배자(레 20:2-5), 신성 모독자(레 24:15,16), 부모에게 대적하는 패륜아(신 21:18-21), 안식일을 범한 자(민 15:32-36)등에 적용되었다. 이 처형법의 목적은 1) 그 범죄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2)또한 공동체의 연대 책임 의식을 강화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불사른다'는 말('사라프')는 '시체를 태워 없애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아간 및 그의 가족들도 이러한 끔찍한 형벌을 당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한 탐욕의 죄를 넘어 하나님께 '바쳐진 것'을 범하는 신성모독 죄를 범했기 때문이요, 그 범죄의 결과로 이스라엘 전체를 비탄 속에 빠뜨린 공동체 파괴 죄를 범했기 때문이다. 한편 신약에서도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경우 하나님께 드릴 돈의 일부를 감추었다가 발각되어 성령의 징계를 받고 죽임을 당했다. 이러한 하나님의 징계 사건은 새로운 국가 또는 새로운 교회의 시작에서 언약백성에게 성결과 순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후손들에게 교훈 및 경고를 주기 위하여 처형당한 시체 위에 돌을 던져 돌무더기를 쌓았다(8:29; 삼하 18:17; Keil). 이렇게 한 것은 이스라엘 후손들에게 아간의 형벌 및 수치를 보여주어 이러한 죄악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Campbell). 이스라엘이 이렇게 모든 죄악을 정리햇을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진노가 그치게 되었다. 여기서 '극렬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진노하다의 기본형과 같은 '하라'이다(1). 그리고 '분노'에 해당하는 '아프'는 '그 코로 숨쉬다'라는 뜻의 '아나프'에서 파생한 명사인데, 성경에서 '콧김'은 종종 하나님의 능력이나 진노 를 의미한다(출 15:8; 삼하 22:16; 욥 4:9). 한편 하나님께서 진노하신 것은 아간의 죄 때문이었다(1절). 그런데 이제 아간이 정죄를 당해 죽임 당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결케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의 공의가 충족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가 그치게 되었던 것이다.
* 요약 및 적용 *
1. 아간은 처벌을 위해 하나님께 드려진 것을 불법으로 훔쳐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자신들도 하나님께 드려진 헤렘이 되어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2.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여호와께 바쳐진 물건을 취한 아간의 일을 가르쳐 주신 후에 그를 제거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결국 아간은 제비뽑기에 선택되어 범죄 사실을 자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가나안 사람들과 같은 헤렘이 되어 엄한 형벌을 받게 되었다.
3. 개인과 공동체: 성도 개인의 죄가 공동체 전체와 큰 관계가 있다.
4. 이스라엘의 패배 이유
1) 범죄: 아간이 하나님께 바친 물건을 취함으로 하나님께 범죄하여 하나님께서 진노하심(1)
2) 교만: 여호수아는 큰 성 여리고를 친 후에 아이성은 당연히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기도하지 않음: 이스라엘은 자만해 져서 아이 성 전쟁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다.
4) 최선을 다하지 않음: 3,000명의 군사로만 싸우다가 패배하였다.
아간의 불순종과 징계 (7:1-26)
1. 이스라엘의 패배(1-5)
1) 범죄: 아간이 하나님께 범죄하여 진노하심(1)
2) 교만: 아이성은 당연히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기도하지 않음: 자만해서 전쟁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다.
4) 최선을 다하지 않음: 3,000명의 군사로만 싸우다가 패배하였다.
2. 여호수아의 기도(6-9)
3. 하나님의 응답(10-15)
4. 아간의 선택과 자백(16-21)
5. 아간의 처벌(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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