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판장과 왕의 선택에 관하여(신16:18-17:20)
1-1. 재판장(사법제도)에 대한 규례들(16:18-17:13)
* 재판장에 대한 규례들(16:18-20)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정의 구현을 위해서 사법제도를 허락하셨다.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재판을 위해서 각 성마다 재판장과 유사를 세워야 했다. '재판장'('솨파트')은 재판 과정을 관장하던 최고 우두머리이며, '유사'('쇼테르')는 '서기관', '감독관', 또는 '관리'란 뜻으로, 재판장을 보조하던 법정 서기를 말한다(호크마 주석). 이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은 왕정시대에 각 성읍마다 7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정(裁判廷)을 설치하였으며, 120세대 이상 되는 성읍에는 23명으로 구성된 법정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이 두 법정에서는 사형판결을 내릴 수 없었다. 오직 '예루살렘 공의회'(산헤드린)에서만 사형을 내릴 수 있었는데, '산헤드린'은 현직 대제사장을 의장으로 한 70명의 장로들로 구성되었다. 신약시대 당시 예수께서 사형판결을 받으셨던 곳도 바로 이곳인데(마26:57-27:1), 이곳은 A.D.70년 예루살렘이 함락될 때까지 존속하였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재판장들이 취할 태도에 대하여 지시해 주셨다. 재판장들은 공의로 백성을 재판해야 했다. 본문에서는 '공의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 공의를 의미하는 말인 '체다카'를 두 번 반복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외모를 따라 사람을 대해서는 안되었다.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라는 말은 개인의 신분이나 지위, 혹은 재산 유무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재판장들은 뇌물을 받는 일이 금지되었다. 뇌물은 재판하는 자들의 눈을 어둡게 하거나 판결을 굽게 만들기 때문에 재판장들은 이를 금해야 한다. '눈을 멀게 한다'는 말('아와르')은 '눈을 멀게 하다', '장님이 되게 하다'는 뜻으로 재물이 재판관의 눈을 가려 뇌물 준 자의 불의를 덮어주거나, 확실한 증거를 지나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뇌물은 의인의 말을 굽게 만든다. '굽게 한다'는 말('살라프')은 '비틀다'는 뜻으로, 뇌물이 재판의 공정성을 뒤흔들어 놓게되는 것을 말한다. 판결(判決)을 굽게 만드는 요인으로 성경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빈부 여하 혹은 지위 고하에 따른 사람의 외형적 기준(1:17; 출 23:6; 레 19:5)을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것
(2) 뇌물을 받고 판결을 왜곡되게 하는 것(출23:8)
(3) 다수나 권력자들에 의한 압력에 굴복하여 판단을 굽게 하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과 야합(1:17; 출23:1,2)하여 불의를 행하는 일
결국 모세의 재판 규례에 나타난 근본 정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의의 정신'이다. 사법부는 사회 정의의 보루(堡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엄격하게 재판장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지시하셨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뇌물을 받고 공의를 지키지 않는 재판장은 반드시 저주를 받게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27:25). 그 저주의 결과는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죽음이었다. 칼빈은 이 계명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 명령이 제 5계명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았다. 하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사법제도를 통하여 공의가 시행될 때에 이스라엘 자손들이 생명을 얻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시는 땅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사법제도를 통한 공의시행은 하나님의 뜻이므로 종교적인 법과 같이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 교 훈 >
1. 하나님께서는 공의를 시행하시기 위해서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실 뿐만이 아니라, 사법부의 권위를 인정 하셨다.
2. 재판을 담당한 사람들의 역할은 공의를 시행하는 일이며, 그들은 마땅히 공의의 정신에 입각하여 재판을 해야 한다.
3. 재판관들은 사람을 외적인 신분에 따라서 판단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특히 뇌물을 받고 의로운 사람을 유죄로 선고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4. 하나님께서는 사법제도를 통한 공의 시행을 종교적인 법과 같이 중요하게 여기신다.
* 우상 숭배 금지와 제물의 규례(16:21-17:1)
하나님께서는 사법제도를 다루다가 갑자기 우상 숭배에 대해 언급하셨다. 이 말은 재판관들에게 우상 제작과 숭배를 허용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서 나오는 이야기가 우상 숭배자들을 처리하는 사법적인 절차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것을 지지해 준다. 하나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우상을 제작하거나 숭배하는 일을 금지시킬 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철저하게 제거할 것도 명령하셨다(17:2-7). 아세라(Ashera)는 아낫, 아스다롯과 함께 가나안의 3대 여신으로 꼽히는 우상이다(7:5). 아세라는 성(sex)과 다산(多産)을 주관하는 신으로 가나안 최고의 우상 '엘(EL)의 아내로서, '바알'을 비롯한 여타 가나안 우상의 모신(母神)이기도 했다. 성경은 종종 바알과 아세라를 함께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삿 28; 왕하 23:4). 아세라 상은 흔히 푸른 나무 아래나 곁에 세워졌는데(왕상 14:23; 렘 17:2), 주로 나무에 그 상(象)을 새겼으므로 목상(木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레 26:1; 왕하 10:26).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섬기는 단 곁에 아세라를 세우는 일을 금지하셨다. 그리고 바알 숭배자들이 하는 것같이 어떠한 돌기둥도 세우는 일이 금지되었다(22).
하나님께서는 흠이나 악질이 있는 우양은 여호와께 드리지 말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이같은 제물을 드리는 일은 여호와께 가증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제물은 그리스도를 표상하는 것이므로 완전한 것이어야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흠 있는 것을 드리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이 드린 제물이다. 그리스도와 관련이 없는 제물은 하나님 앞에 가증할 뿐이다. 제물은 창조자요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위한 것이니, 마땅히 드리는 자가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에 맞는 가장 완전한 최상의 것으로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가증한 것"('토에바')이란 말은 '지독히 미워하다'란 뜻의 '타아브'에서 파생된 말로서, 이것은 구역질 날 정도로 혐오하는 상태를 말한다. 성경에서는 이 말이 종종 우상숭배나 신성모독 등과 관련되어 사용되어졌다(13:14).
< 교 훈 >
1. 하나님을 섬기는 데에는 외형적인 것보다 신령과 진리(진실함)의 자세가 중요하다.
2. 하나님의 형상을 짐승과 다른 피조물로 만들어 섬기려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며, 이러한 일들은 하나님께서 심히 가증하게 여기신다.
3.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과 예배는 그분의 이름과 영광에 맞도록 최선의 것을 드려야 한다.
* 우상 숭배자 처벌에 관한 사법적인 규례(17:2-7)
하나님께서는 먼저 우상 제작과 숭배를 금지하신 후에 이제는 우상숭배자 처벌에 대한 규례를 정해주셨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그토록 우상숭배 죄가 배격된 이유는, 우상숭배 죄는 제 1계명인 '여호와 유일 신앙'에 정면 위배되는 신성모독 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어긴다"('아바르')는 말은 '정도에 지나치다'(수16:2), '구역을 넘어서다'(2:14)는 뜻으로, 범죄란 결국 하나님의 뜻을 넘어서는 것임을 말해준다(사 24:5). 그리고 일월성신(日月星辰) 곧 태양이나 달, 별 따위를 숭배하는 행위는 애니미즘(animism)과 더불어 가장 성행하였던 고대 이방 종교의 한 형태였다. 인간의 눈에 신비롭고 거대하게 보이는 자연도 결국은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한 것이며, 인간은 이들을 정복하고 다스릴 책임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만일 이스라엘 자손들 중에서 이러한 우상숭배와 천체 숭배를 하는 자가 있다는 소식이 들릴 경우에 이 일에 대하여 자세히 조사해보고 그 사실을 규명해 보라고 지시 하셨다. '부지런히' 또는 '철저히' 조사하라는 말은 사실 여부를 재판정에서 분명하게 규명하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우상 숭배에 관한 소문이 들림에도 불구하고 조사하지 않으면, 우상 숭배 행위가 그대로 방치되거나 주위로 확산되기 때문이며, 둘째로 우상 숭배에 관한 소문이 있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닌 경우에 무고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성문으로 끌어내어 돌로 치라고 하셨는데, 성문은 공공 장소로서 사교나 거래, 마을 공동의 중요한 안건 처리, 공개 재판 등이 이루어지던 곳이었다(21:19).
유죄(有罪) 성립은 최소한 2-3인 이상 증인의 증언이 있어야만 가능했다(민 35:30). 이것은 혹시라도 무고(誣告)나 위증(僞證)으로 인하여 귀중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만일 증인이 잘못 증언하여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그 위증 자도 희생당한 자가 받은 형벌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19:18). 그리고 2인 이상 증인의 분명한 증언으로 말미암아 우상숭배 죄가 인정되어 최종 사형 판결이 확정된 피고의 형 집행은 먼저 증인의 손으로 집행해야했다. 그렇게 규정한 이유는 증인이 자신의 증언에 대하여 분명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우상숭배자들을 이같이 엄중하게 처벌하여 이스라엘 중에 악을 제거하라고 하셨는데, '제하다'에 해당하는 원어 '바아르'는 '불태우다','소멸시키다'는 뜻으로, 단순히 악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존재를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라는 강한 의미이다. 여기서 전체 백성의 손이 동원된 것은 그들이 한 사람씩 돌질을 해가면서 서서히 죽이는 것이 가장 참혹하게 죽이는 방법이기도 하였으며, 백성들이 일제히 돌을 던지도록 한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의 열성을 증거하고 하나님의 영광이 훼손된 데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 교 훈 >
1. 하나님의 백성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깨뜨리는 것이며, 하나님 앞에 큰 악이 되는 것이다.
2.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악은 철저히 규명하여 반드시 처벌하게 하셨는데, 후에 우리들의 모든 행위도 이와 같이 철저하게 심문하시는 하나님 앞에 숨김없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3. 하나님께서는 성도들 가운데에 있는 악에 대하여는 엄중히 처벌하여 그것을 제거하시기를 원하신다.
* 성소에 있는 상급 재판소(17:8-13)
시내 산에서는 지명된 재판관들이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건을 모세에게 가져와서 모세가 하나님께 물어서 판결했다(출 18:26,29). 하나님께서는 미래에 가나안 땅에서도 각 성읍의 재판관들이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을 중앙 성소에서 결정하도록 하셨다(9). 그러면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에 근거하여 이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이었다. 7명 또는 23명의 재판장(장로)들로 구성된 지방 재판정(16:18)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중앙 성소에 있는 상급 재판정에 의뢰해야 한다. 바로 이 중앙 성소의 재판정이 후에 발전하여서 후대의 예루살렘 공의회, 일명 '산헤드린'(Sanhedrin)이 되게 되었다. 산헤드린 회원은 모두 71명으로, 그 구성원은 대제사장을 의장(議長)으로, 24명의 제사장들과 24명의 장로들, 그리고 22명의 랍비 학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판결하기 어려운 사건을 중앙 성소에 있는 상급 재판정에 의뢰하는 경우는 '상소(上訴)에 의한 것'(Knobel)과는 구별이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지방 재판관들의 판정에 불복하여 상급 재판정에 상소하는 것이 아니었고, 각 지방 재판관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 의뢰를 받아서 판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직접 상급 재판정에 고소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방 재판정의 권위나 역할이 형편없이 전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급 재판정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는 일반 지방 재판정에서는 도저히 판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되어 공정한 판결을 위해 상급 재판정에 이송(移送)된 사건의 경우일 것이다(Oehler).
하나님께서는 상급 재판소로 이송되어 온 사건은 그곳에서 내려지는 결정대로 이행하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그대로 다 이행하라고 지시하셨다. 우리 말 성경에 '법률의 뜻대로'라고 번역된 말은 '율법의 입에 따라'(according the mouth of the law)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입'은 '가르침'을 의미하는 바, 곧 '중앙 성소의 법정에서 판결하는 율법의 가르침에 따라' 준행 하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만일 이러한 결정 마저도 불복하고 어기는 사람이 있으며, 그를 제거해서 타인들에게 경계가 되게 하라고 지시하셨다. 법 시행의 목적에서 왜 제사장들을 멸시하는 자들을 그냥 놓아 줄 수 없었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교 훈 >
1. 하나님께서는 올바른 공의의 시행을 위하여 각 지방의 재판관들이 판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중앙 성소에 있는 제사장이나 재판관들에게 의뢰하여 판결하게 하셨다.
2. 이러한 모든 문제의 결정은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주셨던 말씀, 곧 율법의 원리에 따라서 판정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행위의 표준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의 원리에 비추어서 해결해야 한다.
1-2. 왕의 선택과 왕의 권력(17:14-20)
본문에서는 장차 이스라엘이 왕을 선택하게 될 때에 이스라엘의 왕을 택하는 규례와 그 왕이 지켜야 할 왕의 윤리를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정(王政) 제도는 결코 하나님께서 먼저 원하셔서 형성된 제도가 아니었다. 사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직접적 통치하에 있는 신정(神政) 국가였기 때문에 세상 군주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러나 모세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주변 국가들의 왕정 제도를 모방하려는 욕구로 인해 왕을 세우게 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이러한 예언은 약 400년 후 사무엘의 노년에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등극(登極)함으로써 성취되었다(삼상10:1).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아닌 순전히 인간적인 욕구에 의해 세워진 왕정 제도는 이후 남북 왕국의 분열 등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몰고 왔다.
* 왕을 택하는 방법
(1) 하나님께서 택하여 주신 자를 왕으로 세우라(15절).
이 명령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은 하나님이시며, 선민(選民) 이스라엘의 왕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하나님의 대리자임을 시사해 준다.
(2) 이스라엘 민족 중에서 선정하라(15(하)).
왕으로 옹립될 자의 두 번째 자격 요건은 이스라엘 민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의 왕이 될 자는 반드시 이스라엘 12지파 중에 속한 자라야 했는데, 이는 왕이 될 자는 마땅히 순수한 여호와 교육을 받고 또한 여호와 신앙을 갖춘 자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 왕의 3대 금기 사항 *
(1) 말(馬)을 많이 두지 말 것(16절)
고대 팔레스틴에는 나귀와 노새가 흔했을 뿐 말은 참으로 귀했었다. 따라서 말(馬)을 많이 소유한다는 것은 곧 강한 군사력을 소유함을 뜻했으며, 또한 말을 탄 사람은 위풍 당당한 존재로 비춰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의 대리자에 불과하므로 언제나 그분 앞에 겸손해야 했으며, 또한 세속적인 군사력에 앞서 그분을 의지해야 마땅했기 때문에 말을 많이 두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애굽은 우량마(優良馬)의 원산지였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그와 같은 말을 수입하기 위하여선 자연히 애굽과 잦은 교역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다보면 결과적으로 애굽의 각종 타락한 문화와 우상 숭배 풍속도 함께 전래될 것이 틀림없는데, 이는 곧 애굽의 사악한 풍속을 좇지 말라고 금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는 셈이 된다(레18:3). 따라서 하나님은 이에 대한 사전 예방책으로 미리 말을 많이 두지 못하게 하신 것이다.
(2) 아내를 많이 두지 말 것(17(상))
왕이 많은 아내(후궁)를 거느린다는 것은 개인의 향락에 더 몰두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주변 국가의 왕녀(王女)들을 후비로 맞아들이는 정략(政略) 결혼을 일삼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을 대리하는 자로서 백성들의 신실한 공복(公僕)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왕이 많은 아내를 두는 것을 금하셨다. 또한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세우신 결혼제도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가능한 왕들도 이 법에서 예외가 되지 않기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왕에 대하여 건전한 윤리성을 요구한 것은 이스라엘 왕이 하나님의 대리자임을 거듭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께서 앞서 되도록 왕정을 회피시키신 것은 그 제도 자체가 절대적으로 약해서가 아니라,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3) 자기를 위하여 은 금을 많이 쌓아두지 말 것(17(하))
왕에게 자기를 위하여 은 금을 많이 쌓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는 국가의 재물 축적 행위 자체를 금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재물을 축적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왕이 이기적인 목적 하에 재물을 축적하려고 할 때는 자연히 과중한 세금 부과와 압제가 수반되기 마련이며, 그 결과 백성들은 궁핍과 도탄(塗炭)에 빠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물이 창고에 가득할 때 인간은 교만해져서 하나님을 의뢰하기 보다는 자신의 부(富)만을 믿고 그 마음이 여호와 신앙에서 멀어져 갈 우려가 충분히 있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규례를 근거로 하여 이 명령이 솔로몬의 실정(失政) 이후에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신명기가 솔로몬 이후인 (B. C. 5-6세기)에 기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굽 회귀(回歸)를 특별히 염려하여 금지한 점(16절)이라든지, 금지 규례의 간결 보편성 등은 분명 실제적인 왕정(王政)이 시작되기 전의 모세의 사상이요, 신명기적 사상이다(G. T. Manley, The Book of the Law).
* 왕이 해야 할 일 *
"율법 책을 등사하여 일평생 자기 곁에 두고 읽으며, 그 말씀대로 행하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18)."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왕이 된 사람들이 반드시 행해야 할 규례를 지시해 주셨다. 그것은 레위인 제사장들이 보관하고 있는 율법 서를 한 부 복사하여 그것을 평생에 자기 곁에 두고 읽으며, 그 말씀대로 행하고 평생에 그 말씀을 지켜 행하라고 한 것이다. '이 율법서'란 말은 '하토라', 즉 '그 율법'이란 뜻이다. 그런데 70인역 (LXX)과 벌게이트 역(Vulgate)은 이를 잘못 번역하여 '제 2의 율법'(deuteronomy)이라고 번역하였다. 율법서의 원본(原本)은 제사장이 성전에 두고 보관하게 되어 있으므로, 왕이 이를 늘 곁에 두고 보기 위해서는 사본(寫本)을 만들 필요성이 있었으며, 하나님의 통치 대리자인 왕으로 하여금 말씀을 주야로 묵상케 하여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 때, 왕 스스로도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하나님의 율법의 도를 따라 바로 통치하며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왕이 이렇게 할 때에 그와 그의 자손이 왕위에 오래있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비록 이스라엘에 있어서도 왕위 세습제도가 인정되기는 하였지만, 만약 왕이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합당치 않은 태도를 취한다면, 그 왕위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삼상 13:13,14; 15:23).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을 '왕의 형제'라고 부르셨다. 하나님께서 이같이 왕과 백성간의 관계를 '형제'로 표현한 것은 이방인들의 왕 개념과는 전적으로 다른 차이점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방 사회에 있어서 왕(王)은 곧 '하늘'이자 '신', 또는 '신의 아들'인 것으로 떠받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 백성들의 형제라는 것은 그가 결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단지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서 선택되어 옹립(擁立)된 자일뿐임을 강조해 준다. 물론 그가 하나님의 대리자(代理者)라는 사실도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지, 그 존재나 신분 자체가 하나님의 대리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 교 훈 >
1.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이 세상의 제도를 따르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기를 원하신다.
2. 기독교 지도자는 지나치게 외적 조건이나, 여자에 대한 욕망, 그리고 부를 축적하는 일을 금해야 하며,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해야 한다.
3. 하나님 나라의 지도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항상 가까이 하여 읽고 묵상하며, 그 가운데 기록된대로 행하기를 힘써야 한다. 그러할 때에 그 길이 형통하게 될 수 있다.
재판장과 왕의 선택에 관하여(16:18-17:20)
1. 재판장(사법제도)에 대한 규례들(16:18-17:13)
* 재판장에 대한 규례들(16:18-20)
재판장들은 공의로 백성을 재판해야 했다.
재판장들은 뇌물을 받는 일이 금지되었다.
다수나 권력자들에 의한 압력에 굴복 하는 일
* 우상 숭배 금지와 제물의 규례(16:21-17:1)
재판관들에게 우상 제작과 숭배를 허용하지 말라 .(17:2-7).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과 예배는 그분의 이름과 영광에 맞도록 최선의 것을 드려야 한다.
* 우상 숭배자 처벌에 관한 사법적인 규례(17:2-7)
* 성소에 있는 상급 재판소(17:8-13)
각 성읍의 재판관들이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을 중앙 성소에서 결정하도록 하셨다(9).
2. 왕의 선택과 왕의 권력(17:14-20)
* 왕을 택하는 방법
(1) 하나님께서 택하여 주신 자를 왕으로 세우라(15절).
(2) 이스라엘 민족 중에서 선정하라(15(하)).
* 왕의 3대 금기 사항 *
(1) 말(馬)을 많이 두지 말 것(16절)
(2) 아내를 많이 두지 말 것(17(상))
(3) 자기를 위하여 은 금을 많이 쌓아두지 말 것(17(하))
* 왕이 해야 할 일 *
"율법 책을 일평생 자기 곁에 두고 읽으며, 그 말씀대로 행하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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