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정탐(2장)
2. 여리고 정탐(2장)
2-1. 여리고 정탐 꾼 파견(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으로 가만히 보내며 그들에게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1)..."
여호수아는 싯딤에 진을 친 후에 은밀하게 두 명의 정탐꾼을 보내 여리고 성과 그 땅을 정탐하게 하였다. 싯딤은 팔레스타인의 경계를 이루는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인데, 두 줄기의 개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진(陣)을 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싯딤의 본래 이름은 아벨싯딤 이었으며, 이 곳은 요단 동편 12km지점에 있었다. 여호수아는 정탐꾼을 보내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여호수아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열두 정탐꾼 중의 한 사람으로 파견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민 13:8) 그는 정탐꾼이 겪는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호수아가 이 일을 이스라엘 백성들조차 알지 못하게 추진한 것은 그들이 좋지 못한 보고를 하게 되면 모세 때처럼 낙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Keil). 여호수아는 그들에게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고 지시했다. '엿보다'는 말('라아')은 '주의 깊게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한다'는 말이다. 그 정탐꾼들은 그 성에 들어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머물렀다. 본문에서 기생이라고 번역된 말('조나')은 '간음하다', '매춘하다'를 뜻하는 '자나'에서 파생된 말이다. 그러므로 라합은 창녀였음이 분명하다. '기생의 집'은 각양 각색의 사람이 모여 사담을 나누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리고 주민의 민심이나 정치, 군사적 동태를 파악하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그리고 기생 라합의 집은 성벽 위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15절) 성을 조망하거나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곳이었다.
2-2. 기생 라합 이야기(2-22)
* 정탐꾼을 구한 기생 라합(2-7)
"혹이 여리고 왕에게 고하여 가로되 보소서 이 밤에 이스라엘 자손 몇 사람이 땅을 탐지하러 이리로 들어 왔나이다(2). 여리고 왕이 라합에게 기별하여 가로되 네게로 와서 네 집에 들어간 사람들을 끌어내라 그들은 이 온 땅을 탐지하러 왔느니라(3). 그 여인이 그 두 사람을 이미 숨긴지라. 가로되 과연 그 사람들이 내게 왔었으나 그들이 어디로서인지 나는 알지 못하였고(4), 그 사람들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되어 나갔으니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되 급히 따라가라. 그리하면 그들에게 미치리라 하였으나(5), 실상은 그가 이미 그들을 이끌고 지붕에 올라가서 그 지붕에 벌여놓은 삼대에 숨겼더라(6). 그 사람들은 요단 길로 나루턱까지 따라갔고, 그 따르는 자들이 나가자 곧 성문을 닫았더라(7)."
이스라엘의 정탐꾼이 침입했다는 소식은 금방 여리고 왕의 귀에 들어갔다. 당시 중. 서부 팔레스틴 지역은 명목상 애굽의 지배하게 있었지만, 실상은 애굽의 왕권이 이 지역에 대해서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Leon Wood). 당시의 가나안은 각각 그 자체의 왕들을 가진 성읍 국가(City States)구성되어 있었다(12:9; 삿 1:7). 여리고 왕은 이런 여러 왕들 가운데 하나로서 여리고를 다스렸던 통치자였다. 정탐꾼이 성에 들어가자마자 여리고 왕이 그 소식을 보고 받은 것을 보면 여리고의 병사들이 그 성을 매우 철저하게 경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요단 강 가까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조만간 요단 강을 건너 진격해 올 것이라는 첩보를 받고 비상 경계를 했을 것이다(Calvin). 여리고 왕은 라합에게 그녀의 집에 들어간 사람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여리고 왕은 라합에게 그녀의 집에 들어간 사람은 그 땅을 정탐하기 위해 침입한 첩자라는 것을 밝혔다. '탐지한다'는 말(하파르)은 '깊이 파다', '구석구석 수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라합은 그 소식을 듣고 두 정탐꾼을 은밀하게 숨겨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자기 집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는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녀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자기도 모르지만 해질 무렵에 집을 떠났기 때문에 급히 따라가면 그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그녀가 정탐꾼을 속이기 위해서 재치를 부린 것이었다. 만일 그녀가 그냥 모른다고 했었다면 군사들은 그녀의 집을 수색하게 되었을 것이다. 라합의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다르다. 일부 학자들은 라합의 거짓말은 신앙과 믿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Lange, Woudstra, Holwerda).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라합의 거짓말은 방법을 보면 죄가 되지만, 그 동기는 신앙적이었기 때문에 용서될 수 있다고 한다(Augustine, Calvin, Keil). 신약 기자들은 라합의 행위를 '믿음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히 11:31; 약 2:25). 그러나 그녀가 사용한 방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로 볼 때에 우리는 라합이 사용한 방법, 곧 그 거짓말까지 의로운 행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라합은 그 정탐꾼들을 지붕 위에 이미 숨기고 있었다. 지붕('가그')은 '건물의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데, 대개 고대 근동 지방의 지붕은 뾰족하지 않고 평평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휴식, 담소, 기도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Lange). '삼대'는 '삼 줄기'를 말하는데, '삼'은 물 속에서 자라는 식물로, 보통 그 줄기의 길이가 0.9-1.2m이다. 따라서 햇볕에 말리기 위해 지붕 위에 널어놓은 삼대는 정탐꾼을 숨기기에 적합했을 것이다(Keil & Delitzsch, Vol. II. p. 34). 라합의 말을 들은 군사들은 정탐꾼을 잡기 위해 신속하게 성문을 나와 요단 나루턱까지 달려갔다. '나루터' 앞에 관사('하')가 있는 것으로 보면 이 나루터는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졌던 여리고 근처의 나루터였을 것이다(Keil & Delitzsch, Vol. II. p. 35). 여리고 군사들은 자기들이 나간 후에 곧 성문을 닫았다. 성문을 이렇게 민첩하게 닫은 것은 정탐꾼들이 성내에 남아 있을 경우, 그들이 도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Keil).
* 라합의 고백: 정복에 대한 확신(8-11)
"두 사람이 눕기 전에 라합이 지붕에 올라가서 그들에게 이르러(8), 말하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백성이 다 너희 앞에 간담이 녹나니(9),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 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라(10).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의 연고로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상천 하지에 하나님이시니라(11)."
여리고 성의 군사들을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라합은 두 정탐꾼이 잠들기 전에 지붕으로 올라갔다. 당시 팔레스틴의 가옥 구조상 지붕은 평평했으며 외부 층계로부터 올라갈 수 있었다. 이 지붕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했던 관계로 빨래거리나 곡식, 그리고 삼대 등을 건조시키는데 적합했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이 곳이 시원했기 때문에 흔히 이 지붕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라합은 두 정탐꾼들에게 하나님께서 이미 여리고 땅을 이스라엘 백서들에게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은 '여호와'의 이름이 이방 여인 기생 라합의 입에서 나온 것을 보면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광야 여정, 그리고 요단 동편 아모리 족속 정벌 사건 등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신의 능력이 이미 가나안인들에게 까지 알려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Knobel). 그러나 이들이 알고 있는 '여호와'에 관한 지식은 영원토록 계시는 인격적인 유일 신이라기 보다는 능력이 탁월한 히브리인들의 민족 신으로 알려졌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 가나안인들 대부분은 여호와를 경외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단순히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라합은 여호와의 전능성을 믿었으며(11), 나아가 그 믿음에 근거하여 여호와께 은혜를 구할 만큼 여호와의 자비하심도 알고 있었다(12-13). 이로 인해 라합은 결국 믿음의 소유자로 후일 인정받게 있었다(히 11:31; 약 2:25).
라합은 이 땅 백성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소식을 듣고 심히 두려워하며 마음에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있다고 고백하였다. 라합은 이스라엘을 "너희"라고 부르고 여리고 백성을 '우리"라고 부름으로써 두 민족간에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 이스라엘이 가나안 거민을 심히 두려워했던 것(민 13:33)과는 반대로 이제는 가나안 거민이 이스라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심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간담이 녹는다('무구')는 말은 '녹아(물갈이)흘러 내린다'(7:5)는 말인데, 한글 개역 성경에서는 이 말 앞에 '간담이'라는 말은 삽입하여 그 의미를 살리고 있다. 라합은 여리고 백성들이 이스라엘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1)홍해 물을 마르게 한 사건(출 14:15-22)과 (2) 요단 동편의 아모리 두 왕이 전멸 당한 사건(민 21:21-35)이었다. 전멸시킨 일(헤헤람템)은 '저주하다', '완전히 파괴시키다'를 뜻하는 동사 '하람'에서 파생되었다. 이 동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공의로 인해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철저히 파괴하여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Lange). 이 단어는 여호수아의 군대가 진멸한 거의 모든 도시들에 대해 적용되었다.(여리고, 6:21; 아이, 8:26; 막게다, 10:28; 하솔, 11:11등). 마음이 녹았다('마사스')는 말은 큰 공포나 두려움으로 인해 완전히 절망하는 것을 말한다(5:1;7:5; Carr).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는 말은 '영혼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말로서, 대항하거나 싸울 용기를 상실했다는 것을 말한다(NTV). 라합은 오직 여호와만이 상청하지에 하나님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상천 하지에 하나님이라는 말은 '위로는 하늘에 계시고, 아래로는 땅에 계신 하나님'(KJV, RSV, NTV)이란 말이다. 라합은 여호와께서 온 우주에 계신 유일하신 참 하나님이심을 고백하였다.
* 라합의 요청과 정탐꾼들의 언약(12-14)
"그러므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여 나의 부모와 남녀 형제와 무릇 그들에게 있는 모든 자를 살려주어 우리 생명을 죽는데서 건져내기로 이제 여호와로 맹세하고 내게 진실한 표를 내라(12-13). 두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의 이 일을 누설치 아니하면 우리의 생명으로 너희를 대신이라고 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땅을 주실 때에는 인자하고 진실하게 너를 대우하리라(14)."
라합은 이미 여리고 성의 점령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구원을 받을 길을 준비하였다. 그는 이스라엘 첩자들을 구원해 준 대신에 그들이 성을 점령할 때에 자기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그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을 살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선대한다'('헤세드')는 말은 상호 체결한 언약 관계에 충실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말에는 자비와 친절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라함은 자기 가족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자기 목숨만을 구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으며, 믿음으로 자기의 가족과 친척까지 구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려는 여리고 군사의 칼로부터 두 정탐꾼의 생명을 구해준 대신에, 이스라엘 군대의 칼로부터 자신과 그 가족들의 생명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이 일에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할 것을 요구했다. 그녀가 이렇게 신의 이름으로 서약을 요구한 것은 이스라엘 군대가 성읍을 맹공격하다 보면 전쟁의 열기 때문에 혹시라도 약속한 바를 잊고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할 경우, 신을 맹세의 보증인으로 삼는 결과가 되어 그 맹세의 신빙성과 성결성이 보증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만일 그 맹세를 어겼을 경우, 신이 친히 그 위증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Calvin).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어떤 중요한 일을 서약하거나 확증할 때 그들이 믿는 신(神)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그녀는 정탐꾼들에게 진실한 표를 요구했다. 진실한 표(오트 에메트)는 '진리의 증표'(a true token, a sure sign)란 말로서 이 증표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행하는 맹세 자체를 가리킨다(Woudstra, Keil). 이와 같이 주님을 믿고 구원을 받는 사람은 자기 가족의 구원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이 예수를 믿음으로 그 가족과 친족 전체가 구원을 받게 되는 일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두 정탐꾼들은 만일 라합이 끝까지 신의를 지키고 이 일을 여리고 군사들에게 고발하지 않는다면, 자기의 생명을 대신해서라도 그녀와 그 가족을 지켜줄 것을 맹세했다. 그 들은 맹세의 보증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사용했다. 정탐꾼들은 라합이 그 일을 '누설치 않을 경우'를 조건으로 해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녀를 보호할 것을 여호와 앞에 성실하게 맹세하였다. 인자하고 진실하게(헤세드 웨에메트) 대한다는 말은 약속한 한 대로 그녀를 구원해 줄 것을 말하고 있다.
* 구원을 위한 약속(15-22)
"라합이 그들을 창에서 줄로 달아 내리니 그 집이 성벽 위에 거하였음이라(15). 라합이 그들에게 이르되 두렵건대 따르는 사람들이 너희를 만날까 하노니 너희는 산으로 가서 거기 사흘을 숨었다가 따르는 자들이 돌아간 후에 너희 길을 갈지니라(16). 두 사람이 그이게 이르되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이 맹세에 대하여 우리가 허물이 없게 하리니(17), 우리가 이 땅에 들어올 때에 우리를 달아 내린 창에 이 붉은 줄을 매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비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18). 누구든지 네 집 문을 나서 거리로 가면 그 피가 그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우리는 허물이 없으리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와 함께 집에 있는 자에게 누가 손을 대면 그 피는 우리의 머리로 돌아오려니와(19), 네가 우리의 이 일을 누설하면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맹세에 대하여 우리에게 허물이 없으리라(20). 라합이 가로되 너희의 말대로 할 것이라 하고 그들을 보내어 가게하고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니라(21). 그들이 가서 산에 이르러 따르는 자가 돌아가도록 사흘을 거기 유하매 따르는 자가 그들을 길에서 두루 찾다가 만나지 못하니라(22)."
라합은 그 약속을 믿고 두 정탐꾼을 성벽을 타고 줄로 달아 내려 도망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러한 일은 그녀의 집에 성벽 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성서 고고학자 가스탕(J. Garstang)의 "여리고 발굴"(1930-1936) 보고에 의하면, 여호수아 당시의 여리고 성은 4.5m 간격의 두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때문에 두 성벽 사이에 큰 대들보를 올려놓고 그 위에 집을 짓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라합의 집도 분명 이러한 집들 중의 하나로서, 아마 그 집 들창이 외곽 성벽 쪽으로 나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바깥 벽 쪽으로 나 있는 집의 창문을 통해 정탐꾼들이 여리고 성(城)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정탐꾼들이 잡히지 않도록 3일을 산에 가서 숨었다가 그 후에 돌아갈 것을 권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을 추격하던 군사들이 2-3일 동안 철저하게 그 지역을 수색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리고 북서쪽 지역에는 해발 450m가량의 산이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는 또한 많은 바위 및 동굴이 있어 은신처로서 적격이었다(Woudstra, J.P. Free). 따라서 라합은 정탐꾼들을 이곳으로 도피시켰을 것이다. 오늘날 일대 지역은 '예벨 콰란탈'(Jebel Qarantal)로 부르는데, 흔히 예수께서 시험받으신 장소로 추정되기도 한다. 정탐꾼들은 라합이 그들에게 신실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에 자신들도 그녀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3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1) 창문에 붉은 줄을 매어 달 것
2) 온 가족이 다함께 모여 있어 그 집을 나가지 말 것
3) 정탐 사실을 누설치 말 것
두 정탐꾼들은 그녀가 이러한 조건을 이행되지 못할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서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Keil). 붉은 줄은 정탐꾼들을 달아 내린 '줄'을 말한다(Luther, Keil).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고 또한 라합과 그 권속을 구하게 될 이 붉은 줄에 특별한 생명적 의미를 부여하여 그렇게 지시한 것 같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이 붉은 줄이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를 예표 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붉은 줄의 의미를 출애굽 직전 문설주에 뿌려진 유월절 어린양의 피와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Matthew Henry). 실로 성경 전체의 사상을 통해 볼 때 '붉은 색'은 생명과 구원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C. Vonk). 초대 교회의 교부 오리겐(Origen, 185? - 254?)은 라합의 가족들이 오직 집안에 있을 때에만 구원이 약속된 사실에 근거하여,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구원은 오직 교회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약속을 어겼을 때에는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갈 것이요'(레 20:9)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서, 곧 이 말은 '죽음에 대한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 또는 '너의 잘못(죄) 때문에 네가 죽는 것이다'란 뜻이다. 허물이 없다는 말('나카')은'짐을 벗다', '자유케 되다', '무죄하다'등의 의미이다. 즉 정탐꾼들이 라합에게 제시한 세 가지 조건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의무'로부터 자유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님은 우리들의 죄를 용서하셨다. 그리고 주님을 믿는 자마다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믿지 않아서 구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라합은 정탐꾼들의 말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곧 바로 그들을 달아 내렸던 붉은 줄을 창가에 매어두었다. 이러한 라합의 모습은 즉각적이고 전적 순종의 모습이 돋보이고 있다. .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을 받는 것은 이러한 믿음과 즉각적인 순종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합은 자신과 자신의 권속이 멸망으로부터 구원 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 순종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라합의 이러한 순종은 오늘날 우리가 복음을 믿고 주님을 믿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앙으로 인해 라합은 결국 그리스도의 족보로 편입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마 1:5). 두 정탐꾼은 라합의 말을 좆아 사흘을 사에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 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색을 하던 여리고 군사들은 정탐꾼들을 찾기 위해 '모든 길을 수색하다' 그들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고 말았다. 여리고 성에서 요단 강까지의 거리는 불과 13km이며, 도보로는 3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 일대를 삼 일 동안이나 샅샅이 뒤졌다는 사실은 정탐꾼들을 체포하기 위해 여리고 성의 군사들이 안간힘을 썼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큰 실수는 정탐꾼들이 숨어 있는 '산'이 아닌 '길'만 뒤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사흘 동안 산 속에서 꼼짝 말고 숨어 있으라는 라합의 충고(16절)가 주효했음을 알게 해 준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정탐꾼을 보호해 주시기 위해서 여리고 수색대들의 판단력과 눈을 닫아 버리셨다.
2-3. 정탐꾼들의 보고(23-24)
"그 두 사람이 돌이켜 산에서 내려와 강을 건너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나아와서 그 당한 모든 일을 고하고(23), 또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진실로 여호와께서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 그 땅의 모든 거민이 우리 앞에서 간담이 녹더이다(24)."
두 정탐꾼은 3일이 지난 후에 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요단 강을 건너서 여호수아에게 가서 그들이 여리고 성에서 조사한 모든 일을 보고하였다. 본문에서 "고했다'는 말(사파르)은 '조사하다', '쓰다', '수를 센다'는 말로서 이 말은 정탐꾼들이 보고 겪은 사실을 자세히 기록하여 샅샅이 보고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이 보고한 내용의 핵심은 '여호와께서 여리고 성을 우리 손에 붙이셨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보고 내용은 오래 전에 가데스바네아에서 여호수아와 갈렙이 했던 보고 내용과 같았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가나안 온 땅을 자기의 손에 붙이셨다고 보고했다. '붙였다'('나탄')는 말은 '주다', '양도하다', '위임하다' 는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은 '여호와께서 이 모든 땅을 우리의 손에 넘겨주셨다'는 뜻이다. 정탐꾼들은 그 성 사람들이 이로 인해 간담이 넉았다고 보고했다. 두 정탐꾼이 이처럼 자신 있게 보고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라합의 정보(9, 11절)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간담이 녹았다는 말은 매우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히브리인들은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에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구체적인 신체 부위를 들어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표현하는 수사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 요약 및 교훈 >
1. 은밀하게 추진된 정탐꾼 파송
2. 라합을 통해 들은 정복에 대한 확신(9-11)
3.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서의 땅(9,11)
4.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결단의 필요성(수용이냐? 거부냐?)
여리고 정탐(2장)
1. 여리고 정탐 꾼 파견(1)
2. 기생 라합 이야기(2-22)
* 정탐꾼을 구한 기생 라합(2-7)
* 라합의 고백: 정복에 대한 확신(8-11)
* 라합의 요청과 정탐꾼들의 언약(12-14)
* 구원을 위한 약속(15-22)
1) 창문에 붉은 줄을 매어 달 것
2) 온 가족이 다함께 모여 있어 그 집을 나가지 말 것
3) 정탐 사실을 누설치 말 것
3. 정탐꾼들의 보고(23-24)